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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9, 2026

완벽한 것만 같던 로봇 시뮬레이션, 화면 밖으로 나오니 휘청였다

통제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로봇 조작 기술의 성공률은 89.4%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여러 단계의 이동·판단·조작이 이어지는 생활형 과제에서는 최고 성능조차 약 12%에 그쳤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가 발간한 ‘AI 인덱스 리포트 2026’이 포착한 피지컬 AI(Physical AI)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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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통제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로봇 조작 기술의 성공률은 89.4%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여러 단계의 이동·판단·조작이 이어지는 생활형 과제에서는 최고 성능조차 약 12%에 그쳤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가 발간한 ‘AI 인덱스 리포트 2026(The 2026 AI Index Report)’이 포착한 피지컬 AI(Physical AI)의 현주소다.

이는 예측 가능한 조건에서는 높은 성능을 내지만, 현실의 변동성이 개입하는 순간 로봇의 완성도는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같은 간극은 로봇이 새로운 작업을 익히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도 이 같은 한계를 지적했다. 로봇을 새로운 조립 작업에 맞춰 재설정·프로그래밍하는 시간이 작업자가 직접 작업하는 시간보다 10배 이상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정밀 로봇조차 부품마다 생긴 미세한 오차나 공장 환경 변화에 자동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진단이다.

피지컬 AI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은 AI 모델을 고도화하거나, 로봇 기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수준에서 머물면 안 된다.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한 대에는 관절·모터(Motor)·감속기(Reducer)·센서·전장·통신·열뿐만 아니라 구조 변형, 제어 알고리즘이 얽혀 있다. 관절 형상이나 모터 사양 하나만 달라져도 토크·진동·소음·간섭·효율이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이 핵심 요소를 다루는 설계·해석·전장·시험 데이터가 각기 다른 도구(Tool)·파일에 파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물 로봇을 조립한 뒤 현장 테스트에서 시행착오를 바로잡는 기존 방식으로는 복잡한 다축 연동 시스템의 변수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도출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개발 패러다임이 시제품 제작 후 검증이 아닌, 설계 초기 단계부터 구조·구동·동역학·진동·소음을 통합 판단하는 체계로 전환되는 이유다.

흩어진 설계 산출물을 하나로, 기획부터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개발 선순환

앞선 피지컬 AI의 현실 성능 격차를 줄이려면 로봇을 조립한 뒤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조·구동·전장·제어가 얽힌 변수를 설계 초기부터 함께 검증하고, 하나의 조건 변경이 로봇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각 영역에 흩어진 개발 데이터를 동일한 제품 맥락으로 잇는 작업이다. 예컨대 로봇 팔(Robot Arm)의 길이가 달라지면 관절에 요구되는 토크, 모터 용량, 무게중심, 동작 궤적 등이 함께 변경돼야 한다. 이러면 내부 배선, 센서 배치, 제어 소프트웨어는 물론 생산 공정과 시험 항목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로봇 개발 데이터는 기능 조직별 경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기구 설계자는 컴퓨터지원설계(CAD) 데이터를 ▲해석 엔지니어는 메시와 경계 조건을 ▲전장 부서는 회로·배선 정보를 ▲소프트웨어 조직은 제어 모델과 시험 이력을 각자 관리한다.

▲ 이러한 로봇 팔은 다양한 영역의 설계를 요구하기 때문에 여러 조직의 협업이 필수다. (촬영·편집 : 타이베이(대만)=헬로티 최재규 기자) 

제품 사양이 바뀔 때마다 최신 데이터를 확인하고 변경 사항을 전달한 뒤, 영향을 받은 해석과 시험을 다시 수행해야 하는 워크플로다. 피지컬 AI의 판단 이전에 사람·조직이 파일 정합성(Consistency)부터 맞춰야 하는 셈이다.

김정호 다쏘시스템코리아 인더스트리 프로세스 컨설턴트는 이 단절을 줄이는 출발점으로 다중CAD(Multi-CAD) 기반 로봇 엔지니어링 접근법을 제시했다. 서로 다른 설계 도구를 하나로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도구에서 생성된 정보를 공통 개발 구조에 연결하는 방식인데. 이는 상품 기획부터 제품 설계, 공정·양산 검증, 생산, 사후 서비스까지 동일한 제품 맥락을 잇는 방향성이다.

이 구조 안에서는 자재명세서(BOM), 3차원(3D) 기반 가상 설계 검증, 제조실행시스템(MES), 서비스자재명세서(SBOM), 부품 카탈로그 등이 별도 산출물로 흩어지지 않는다. 설계 변경이 제품 구성, 생산 조건, 서비스 정보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의 개발 흐름에서 추적하는 것이 골자다. 김 컨설턴트가 이를 디지털 연속성(Digital Continuity)의 실현으로 정의한 배경이다.

로봇 개발 체계에는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도 함께 배치됐다. 요구사항을 기능, 논리 구조, 물리 형상으로 구체화하며 기구·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개발·검증을 연결하는 방법론이다. 하중, 이동 속도, 작업 시간과 같은 휴머노이드의 요구사항을 관절 구조, 모터 사양, 센서 구성, 제어 로직으로 나눠 추적하는 식이다.

이 연결이 없으면 개발 후반에 발견된 문제의 원인을 거꾸로 찾아야 한다는 게 설득력을 갖는다. 목표 동작을 수행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부터 다시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요구사항, 실제 부품, 해석 결과가 이어지면 제품 제작 전 가상 환경에서 영향을 확인하는 개발 초기 검증이 가능해진다. 조립 뒤 시험 실패를 받아들이는 대신, 요구사항이 설계로 바뀌는 단계부터 리스크를 줄이는 인사이트다.

설계·해석 사이의 단절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인 워크플로에서는 설계자가 형상을 완성해 파일을 내보내면, 해석 엔지니어가 데이터를 변환하고 메시를 생성한다. 이후 재료·하중·경계 조건을 입력한다. 설계가 바뀌면 수정된 파일을 다시 받아 상당 부분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해석 조직이 서로 다른 시점의 제품을 바라볼 가능성도 생긴다.

프란체스코 폴리도로(Francesco Polidoro) 다쏘시스템 시니어 디렉터가 모델링·시뮬레이션 통합(MODSIM)을 순차 개발에서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으로 넘어가는 연결 장치로 규정한 이유다. 설계 기술과 시뮬레이션 기능을 공통 데이터 모델과 동일한 사용자 환경에 배치해, 설계자·해석자가 다른 파일이 아닌 같은 제품 정의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디렉터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같은 데이터 구조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요구사항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연결해야 순차적인 모델링·시뮬레이션에서 동시공학 시스템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설계 데이터와 제3자 해석 결과까지 연결되면 플랫폼의 역할은 파일 보관소를 넘어선다는 관점이다.

▲ 지난 5월 ‘시뮬리아 유저 데이 2026(SIMULIA User Day 2026)’에서 MODSIM 기법을 강조하는 폴리도로 디렉터.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는 요구사항, 형상, 재료, 해석 조건, 검증 결과까지 단일 맥락(Context)으로 구축·관리하는 ‘단일 데이터 표준’을 지향하는 접근이다. 제품 개발의 전 과정을 한눈에 파악하고, 사양 변경 시 영향을 즉시 추적할 수 있는 체계인 것.

이처럼 개발 데이터의 맥락을 하나로 잇는 작업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로봇 설계 현장에 실제 투입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완성된 부품 모양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왜 그런 형상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초기 요구사항이나 해석 조건, 과거의 실패 이력이 빠진 파편 데이터는 AI에게 아무런 학습 가치가 없다. 기획부터 검증까지 인과관계가 연결된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 그래야 AI가 최적의 설계안을 제안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진정한 ‘산업용 AI(Industrial AI)’로 작동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셸 애시(Michelle Ash) 다쏘시스템 시뮬리아(SIMULIA) 최고경영책임자(CEO)는 “MODSIM은 AI를 진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며 이를 AI 전환의 첫 단계로 규정했다. 피지컬 AI 시대의 로봇 연구개발(R&D)에서 먼저 통합해야 할 대상은 AI가 이해할 엔지니어링 데이터, 즉 데이터 맥락(Data Context)라는 주장이다.

강한 힘이 오히려 毒…‘관절 사양’과 ‘지면 반작용’이 맞물리기 때문

개발 데이터를 연결한 다음에는 각 부품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확인해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관절 하나만 바꿔도 힘·움직임뿐 아니라 진동, 발열, 전력 소모, 센서 신호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모사한 휴머노이드는 실제로 사람 몸체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실제로 구조체·구동부(Actuator)는 뼈·근육, 인쇄회로기판(PCB)·센서·통신망은 신경·감각기관에 해당한다. 전자파를 막고 발열을 제어하는 기술은 면역체계와 체온 조절 기능을 맡는다. 어느 한 부분만 좋아서는 몸 전체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인간 신체와 유사한 설계다.

김종래 디원 기술지원본부 상무는 관절을 움직이는 모터도 최대 토크만 높이면 되는 부품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같은 크기에서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토크 밀도(Torque Density)’ ▲회전 중 힘이 미세하게 변동되는 ‘토크 리플(Torque Ripple)’ ▲자석·철심 사이에서 발생하는 ‘코깅 토크(Cogging Torque)’ ▲운전 구간별 ‘전력 효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강조점이다.

이같이 힘만 크게 높인 설계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크 리플과 코깅 토크가 커지면 저속 제어가 어려우면서 진동·소음이 늘어날 수 있다. 효율이 낮은 구간을 자주 사용하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고 모터 온도도 올라간다. 무거운 물체를 드는 성능과 정밀하고 조용하게 오래 움직이는 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 로봇 신체 통합 구조. (출처 : 다쏘시스템) 

로봇에 내재화된 인버터(Inverter)·제어기(Controller)·케이블에서 발생한 ‘전자파 간섭(EMI)’은 센서와 통신 신호를 방해할 수 있다. 여기에 좁은 몸체 안에 모터·배터리·장치를 밀집시키면 열도 빠르게 쌓인다. 온도가 높아지면 모터와 전력 반도체의 성능이 저하되고, 센서 측정값에도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센서 성능 역시 탐지 거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봇 설계 과정에서 병목으로 작용한다. 로봇이 팔을 들거나 몸통을 돌리는 순간 기체 일부가 카메라·라이다(LiDAR)의 시야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 위치에 따라 무선 통신 상태도 달라진다. 센서·통신 장치를 로봇의 실제 형상과 동작 속에서 검증해야 하는 배경이다.

앞서 폴리도로 디렉터가 강조한 MODSIM은 이처럼 서로 다른 현상을 한 설계안 위에서 비교하는 데 쓰인다. 모터 출력을 높였을 때 구조 진동과 온도, 전력 소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와 같은 설계 상충 관계를 각각의 해석 결과가 아닌 하나의 제품 관점에서 판단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전자기·열 조건을 계산했다고 해서 완벽하게 실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없다. 모터에서 나온 토크가 관절로 전달되면 링크가 미세하게 휘고 급정지할 때는 흔들림이 전달된다. 로봇이 바닥·물체와 맞닿는 순간에는 충격·마찰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명성식 브이이엔지 부장은 로봇 해석이 기구학(Kinematics)을 넘어 다물체동역학(MBD)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봤다. 링크·관절을 완전히 단단한 강체(Rigid Body)로 가정하면, 실제 로봇에서 나타나는 휨·비틀림·유격·충돌을 놓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예를 들어, 로봇 팔이 물체를 옮긴 뒤 목표 지점에서 멈췄다고 가정해보자. 로봇을 제어·관제하는 사용자 화면(UI)에서는 로봇 끝단이 정확한 위치에 도착했더라도, 실제 링크에는 잔류 진동(Residual Vibration)이 남을 수 있다. 이 작은 흔들림이 조립이나 정밀 가공 과정에서는 위치 오차로 이어진다. 보행 로봇에서는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생하는 충격·마찰이 균형 제어 과정에서의 변수로 작용한다.

▲ 로봇은 여러 장비·장치와도 융화돼 움직이기 때문에 외력에 의한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 밖에 액추에이터에서 시작된 작은 진동이 최종 제품에서 어떻게 커지는지는 실제 로봇 팔에서도 확인됐다. 최근 다쏘시스템이 공개한 국내 한 로봇 제조사 사례에서는 기어에서 발생한 진동이 샤프트·베어링·하우징을 차례로 거쳐 공기 중 소음으로 이어졌다. 소음원으로 보였던 한 지점 뒤에 여러 부품의 전달 경로가 연결돼 있었던 셈이다.

이것이 바로 애시 CEO가 AI과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의 결합을 강조한 배경이다. AI는 수많은 설계 조합을 빠르게 찾을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실제 구조·열·진동 조건에서 성립하는지는 물리 해석으로 확인해야 한다. AI가 답을 제안하고 시뮬레이션이 현실 가능성을 검증하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목표 동작과 실제 반응 사이의 시차를 극복하라…궤적 수정하는 보행 메커니즘

다음 단계는 설계값을 실제 행동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AI가 이동 경로나 작업 순서를 정해도 각 관절이 필요한 힘을 제때 내지 못하면 동작이 구현되지 않는다. 원하는 자세를 만드는 데 필요한 토크와, 그 토크를 전달할 때 기체가 실제로 보이는 반응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 (촬영·편집 :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명 부장은 이를 역동역학(Inverse Dynamics)과 순동역학(Forward Dynamics)의 관계로 설명했다. 역동역학은 목표 궤적을 먼저 놓고 각 관절에 필요한 구동력을 계산한다. 가령 휴머노이드가 상자를 들어 올리거나 계단을 오를 때 허리·무릎·발목 모터에 어느 정도의 토크가 필요한지 찾는 방식이다. 모터·감속기 성능을 필요 이상으로 높이는 과대 설계를 피하고, 실제 작업에 맞는 용량을 정하는 데 활용된다.

순동역학은 반대 방향으로 접근한다. 관절에 토크·외력을 입력했을 때 로봇의 위치·속도·가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한다. 계획한 힘을 적용했을 때 ▲신체 균형 유지 여부 ▲급가속 과정에서 관성으로 인한 목표 궤적 이탈 가능성 ▲장애물과 충돌했을 때의 이동 방향 등을 예측하는 작업이다.

이때 역동역학으로 필요한 토크를 정한 뒤, 순동역학으로 실제 움직임을 확인하는 식으로 두 해석 방법론이 연동한다. 결과가 다르면 모터 용량, 이동 경로, 제어 조건을 다시 바꾸면 된다. 목표 동작을 먼저 만들고 로봇을 억지로 따라오게 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기체가 실제로 낼 수 있는 힘·움직임 안에서 궤적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제어 소프트웨어도 이 반복 과정에 들어와야 한다. 명 부장은 1차원(1D) 제어 로직과 3D 가상 기계 모델을 연결하는 연동시뮬레이션(Co-Simulation)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제어기가 가상 로봇에 명령을 보내면 기체 모델이 가동하고, 그 결과가 센서 값처럼 다시 제어기로 돌아간다. 실물 로봇을 넘어뜨리거나 부품을 파손하지 않고도 제어 코드의 문제를 선제 확인하는 방법론이다.

휴머노이드와 같은 이족 보행 로봇은 이러한 검증이 필요한 대표 사례다. 다리 관절의 토크만 맞춘다고 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이 지면에서 받은 힘과 몸의 무게중심 변화가 다음 동작에 바로 반영돼야 한다.

명 부장이 내세운 토크 제어형 이족 보행 플랫폼은 발바닥의 6축 힘·토크 센서와 상체의 관성측정장치(IMU)를 동역학 모델에 연결해 보행 패턴과 균형 제어를 검증했다. 관절 명령과 지면 반응이 짧은 주기로 맞물려야 안정적인 걸음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 토크 제어 관절 기반 이족 보행 로봇 개발 모델. 여기에는 제어 알고리즘 및 동역학 기술이 적용된다. (출처 : 다쏘시스템) 

이 같은 상호작용 문제는 첨단항공모빌리티(AAM) 분야에서도 발생한다. 이학진 경상국립대학교 항공우주공학부 부교수는 AAM의 공력·소음 해석에서도 개별 부품 성능과 완성 기체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공론화했다.

실제로 AAM은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여기에서 발생한 바람이 다른 프로펠러나 기체 구조물과 부딪힌다. 이 부교수 연구진은 다쏘시스템의 해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해석·시뮬레이션 브랜드 시뮬리아(SIMULIA)의 전산유체역학(CFD) 해석 소프트웨어 ‘파워플로(PowerFLOW)’를 채택해, 프로펠러만 회전하는 조건과 기체 구조물을 함께 둔 조건을 비교했다. 그 결과 프로펠러 아래에 기체가 놓였을 때 소음 수준이 약 10데시벨(dB) 높아졌다. 이 부교수에 따르면, 프로펠러의 회전 조건은 같았지만 바람이 기체를 흔들면서 새로운 소음원이 생긴 결과다.

AAM 회전 날개인 로터(Rotor) 배치의 작은 변화도 전체 결과를 바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설계한 4로터 형상에서는 뒤쪽 로터의 높이를 바꾸자 후류가 앞쪽 로터에 유입됐다. 불규칙한 공기력이 커지면서 전체 소음이 약 2.5dB 상승했다. 로터 하나의 소음만 따로 측정했다면 찾기 어려운 간섭이었다.

이 같은 AMM 관련 연구는 휴머노이드·AAM이 개발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닮아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관절·프로펠러처럼 개별 부품이 목표 성능을 충족하더라도, 완제품 안에서 다른 구조물·센서·제어 조건과 만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동일성이다. 부품 단위의 합격이 시스템 단위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가상 검증의 진짜 목적도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실제 가동 환경처럼 무게, 관절 마찰, 센서 오차, 지면 충격 같은 변수를 계속 다르게 주며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가상 속에서만 잘 작동하는 로봇이 아니고, 현실의 변수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밝혀내는 것이 이 환경에서의 핵심이다. 다쏘시스템은 자사 가상 환경 방법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을 기반으로 한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를 내세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 지난 2월(현지시간) 지난 2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다쏘시스템 연례 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3DEXPERIENCE World 2026)’에서는 다양한 로봇 설계 방법론이 공개됐다. (촬영 :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소음 나는 부품만 교체한다고 문제 해결될까

실제 설계에서는 문제의 시작점과 전달 경로를 찾아야 한다. 로봇 팔에서 소음이 들린다고 해서 소리가 크게 나는 부품만 바꾸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앞서 언급한 국내 로봇 제조사의 사례는 로봇 팔이 가동할 때 발생하는 진동·소음의 원인을 찾고, 설계 변경을 통해 이를 줄이는 데 목적을 뒀다.

분석에는 시뮬리아 내 두 제품이 활용됐다. MBD 해석 소프트웨어 ‘심팩(SIMPACK)’과 음향 해석 소프트웨어 ‘웨이브6(Wave6)’다. 심팩은 기어·샤프트·베어링을 거쳐 하우징까지 진동이 전달되는 과정을 계산하고, 웨이브6는 하우징 표면의 흔들림이 공기 중 소음으로 퍼지는 과정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두 해석 결과를 연결해 액추에이터의 움직임부터 사람이 듣는 소음까지 하나의 경로로 추적한 레퍼런스다.

대상 로봇 팔 내부에는 베벨기어(Bevel Gear)·스퍼기어(Spur Gear)·샤프트(Shaft)가 배치돼 있었다. 특히 긴 샤프트는 회전 과정에서 비틀리거나 휘어질 수 있었다. 베어링도 내부 틈새와 하중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비선형 부품으로 모델링했다.

▲ 기어 맞물림 해석 예시. (출처 : 다쏘시스템)

시험 조건은 실제 현장과 맞췄다. 모터 회전수를 분당 100rpm부터 3500rpm까지 100rpm 단위로 높이며 총 35개 조건을 각각 분석했다. 속도를 연속해서 높이는 일반적 접근에서 벗어나, 회전수마다 공진이나 비정상 진동이 나타나는지를 따로 확인했다.

가장 큰 하중은 600rpm 조건에서 나타났다. 해당 데이터를 주파수별로 나누자 750헤르츠(Hz)와 990Hz 부근에서 뚜렷한 진동이 포착됐다. 작동변형형상(ODS) 분석 결과, 750Hz 진동은 긴 샤프트의 비틀림과 기어 맞물림이 주된 원인이었다. 990Hz에서는 기어가 아니라 하우징의 굽힘 현상이 크게 작용했다.

하나의 소음 안에 서로 다른 원인이 섞여 있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750Hz 문제를 하우징 보강만으로 해결하거나, 990Hz 진동을 기어 문제로만 판단했다면 설계 방향이 엇나갈 수 있었다. 소리가 발생한 위치보다 진동이 어디에서 시작돼 어떤 부품을 거쳐 전달됐는지가 중요했던 이유다.

심팩에서 계산한 하우징 진동 데이터는 웨이브6에 공유했다. 가상의 마이크 위치를 설정해 실제 시험처럼 음압을 예측하고, 하우징의 어떤 진동 형태가 특정 방향으로 소음을 퍼뜨리는지도 확인했다. 같은 크기로 변화하는 구조라도 표면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소리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 진동 크기만으로 최종 소음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 웨이브6는 소리 데이터를 이 같은 시각 화면으로 제공해 설계 최적화를 돕는다. (출처 : 다쏘시스템)  

이렇게 원인을 찾은 뒤에는 기어 자체의 형상을 바꾸는 단계로 넘어갔다. 연구진은 기어 이빨 끝부분을 미세하게 다듬는 ‘팁 릴리프(Tip Relief)’와 기어 사이의 틈을 뜻하는 ‘백래시(Backlash)’를 조정했다. 두 조건을 조합한 15개 설계안을 가상으로 비교해, 기어가 부딪힐 때 발생하는 충격을 가장 적게 전달하는 조합을 찾았다.

평가 기준은 베어링을 통해 전달되는 힘의 실효값(RMS)이었다. 기존 설계에서는 이 값이 0.85뉴턴(N)이었지만, 최적화안에서는 0.053N까지 낮아졌다. 다쏘시스템은 해당 해석 결과에서 전체 소음 수준도 약 50dB 감소한 것으로 평가했다. 실물 기어를 여러 차례 제작하지 않고도 치형과 간격을 바꿔가며 개선 가능성을 먼저 비교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샤프트 비틀림, 베어링 전달 하중, 하우징 변형, 공기 중 음향 방사까지 확인한 뒤에야 어떤 설계를 손봐야 하는지가 드러났다.

로봇의 오류는 최종 증상이 나타난 부품에서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 소음은 구동계의 충격에서, 위치 오차는 링크의 미세한 변형에서, 제어 불안정은 센서와 기체 반응의 시간차에서 비롯될 수 있다. 설계 변경이 로봇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재추적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관절 수십 개가 동시에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는 이러한 전달 경로를 더 많이 품는다. 피지컬 AI가 정확한 판단을 내려도 기체 내부에서 여러 요소가 예상과 다르게 전달되면 최종 행동은 구현되기 힘들다. 로봇은 실물을 만들기 전에 문제의 경로와 수정 지점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찾아내느냐에 따라 가치 판단이 달라진다.

기사 출처: https://www.hellot.net/news/article.html?no=113917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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