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Lab 기고문
1편 – 연구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방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짧게는 5년, 길게는 10여년 전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의 핵심 화두로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일어나고 있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일반적으로 정보의 디지털화, 작업의 자동화, 협업 연결의 디지털화, 물리적 현상의 디지털화, 지식 및 경험의 디지털화와 같이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발 맞추어 기업의 각 부문들은 디지털 마케팅, 시스템 엔지니어링, 가상 제품개발, 스마트 팩토리, 물류 자동화 등 다양한 형태로 해당 부문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술연구 부문의 디지털 혁신은 타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것이 사실이며, 본 기고를 통해 연구소의 디지털 혁신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와 그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논의하여 연구소 업무 혁신을 추진하는 부서나 평소 연구 업무 수행에 불편함을 호소하던 연구원 분들께 다소 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연구소는 기업 혁신의 엔진
기업 혁신에 있어 기술 연구와 그 활동이 일어나는 연구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제조 기업의 혁신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요한 제품과 생산의 혁신이 기술연구 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향은 최근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 함에 따라 매우 분명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매우 정밀한 반도체 증착 공정에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정에 투입할 최적의 화학 물질 연구를 위한 분자간 합성과 증착 시뮬레이션, 배터리 및 콘덴서 등에 사용되는 유전체의 물성 연구, 석유화학 산업에서 생산 단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인 촉매 연구, 높은 당도를 내면서도 칼로리는 설탕의 10분이 1 밖에 되지 않는 알루로스의 사용화를 가능하게 한 식품 산업에서의 효소 개발 등을 들 수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함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생산, 판매, 제품개발 부문 등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연구 부문으로 점차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근래 많은 기업들이 연구소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연구소를 기업 혁신의 엔진이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지고 있고, 실제로 그러한다.
연구실의 일반적 업무 흐름
연구 업무에 대한 혁신을 말하기에 앞서 익숙하시겠지만, 연구소의 일반적인 업무에 대해 생각해 보면, 먼저 사업이나 기술 로드맵에 따라 어떤 연구를 언제 할지에 대한 연구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 연구를 수행한다. 보통 연구 수행은 가설을 수립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되며, 이를 위한 샘플, 실험 장비 등의 리소스 관리를 하며, 연구소에 따라서는 시험 방법 및 절차를 미리 정해 놓고 해당 기준 준해 실험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또는 결과가 결국 나오지 않는 경우에도 실험 또는 연구 단위로 결과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형태로 마무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 부문에 비해 연구 업무의 특징은 다수의 실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방대한 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의 전형적 문제 상황 1. Paper 및 Silo화 되어있는 연구 데이터
앞서의 연구소의 일반적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당 수의 연구소들은 몇 가지 주요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째는, 연구 데이터의 Silo 현상이다. 많은 경우 실험 과정 및 결과 정보가 개인 PC 또는 공용 파일 서버에 팀 단위 폴더로 보관하고 있어 데이터의 정합성 보장 및 자산화가 어렵고, 부서내 또는 부서간의 협업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는, 기존 연구 데이터 활용의 어려움이다. 첫번째 문제와 연속되는 현상으로 파일 기반의 데이터는 Dark Data가 될 가능성이 높다. Dark Data란 담당자만 찾을 수 있는 데이터 혹은 담당자도 잊어버린 데이터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80~90% 정도의 데이터가 Dark data화 되고, 오직 10%~20%의 데이터만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기존 데이터 검색에 많은 노력이 소요되고, 최신 데이터 여부를 알기 어려움, 타 연구원이 이미 실험하여 결과가 나온 실험을 또 하게 되는 등의 많은 문제들이 야기한다. 이것은 대부분 연구소의 일반적인 상황으로 많은 연구원들이 이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연구소의 전형적 문제 상황 2. 이메일 기반 협업 및 분산된 IT 시스템
또 다른 문제로 비효율적 협업 수단을 들 수 있다, 대체로 연구 및 실험은 기술 개발 또는 제품 개발 프로젝트의 내에서 이루어지므로 연구 기획 및 프로젝트 관리 부문과 협업이 많고, 또 다양한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환경, 안전 규제 등의 측면에서 품질 부서와도 협업해야 한다. 그리고, Scale-up 등을 위해 생산팀과의 협업은 물론, 여러 협력사와도 업무 의뢰나 업체의 결과 피드백 등을 위한 협업이 많이 필요하다. 이렇게 여러 부문과 협업이 많은 반면, 일반적으로 잘 정의된 IT 시스템의 지원 없이 이메일 위주로 업무를 하고 있다. 이것은 자료 및 정보 공유를 위한 추가적인 데이터 가공 및 처리 작업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협업 하는 부서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체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연구 관련 IT시스템의 단절 또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 및 연구소는 LIMS, LES, PLM, MES, ERP 등의 다양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연구원도 이러한 시스템들을 사용하여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시스템 간 중복된 기능, 연동 이슈, 시스템 별로 Silo화된 데이터 등으로 인해 수작업 증가, 데이터 오류 등으로 비효율이 증가한다.
연구 업무 혁신의 방향 1. 디지털화 및 데이터 기반 연구 강화
이러한 연구소의 대표적인 문제 상황과 최근의 연구 관련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반영하여 연구 업무 혁신의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 하고자 한다. 첫째는 디지털화 및 데이터 기반 연구이다. 연구 과정과 결과에서 나온 가능한 모든 정보의 디지털화와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에 기반하여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이터 기반 연구 방식의 강화이다. 연구 정보의 디지털화는 대표적으로는 연구노트의 디지털화인 전자연구노트(ELN, Electronic Lab Notebook) 부터 물질정보의 디지털화, 프로젝트 정보의 디지털화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렇게 디지털화된 연구 데이터는 축적되고,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처리를 위해 Indexing 등의 정보처리 엔진의 도움을 받아 연구 활동에 활용됨으로써, 연구 데이터 재사용율을 높이고, 연구 업무 자동화율도 높이고, 연구 성과를 측정하고 분석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불필요한 실험 및 수작업을 줄이고,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여 연구 생산성을 향상 시킨다.
연구 업무 혁신의 방향 2. 실험과 시뮬레이션의 융합
두 번째 혁신의 방향으로는 최신 시뮬레이션 및 데이터 처리 기술을 도입하여 물리적 실험과 시뮬레이션의 병행 운영을 통해 연구 성과와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V+R로도 부르며, Virtual 영역인 시뮬레이션에서는 물리적 실험인 Real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물리적, 화학적 이론 모델에 기반하여 예측 모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더 많은 Case를, 더 빠르게 비용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덕분에 더 적은 물리적 실험이 가능하며 즉, 비용이 많이 들거나 – 때로는 불가능한 실험도 있음 – 반복적인 연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Virtual과 Real의 상호 보완적인 운영은 최근의 분자레벨 시뮬레이션 기술 수준 및 활용 사례로 보았을 때, 반도체, 첨단소재, 식품, 석유화학, 화장품 등의 대부분의 연구 주제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 업무 혁신의 방향 3. 기술연구, 제품개발, 제조 間 연계
마지막으로 연구소의 업무는 기업의 타 부문과 연계하여 운영하여야 하며, 특히 제품개발, 제조와 긴밀하게 연계된다. 예를 들어, 제품개발과는 신제품에 대한 요구사항을 공유 받으며, 제품개발 과제 관리, 배합 정보 연동 등의 연계를 가져가야 한다. 또한 실험을 위한 생산 설비 사용 및 Scale-Up 등을 위해 제조의 생산 스케줄링과의 연동이나 배합 및 레시키 정보 연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기술연구, 제품개발, 제조의 원활한 연계를 위해서는 각 업무와 데이터의 디지털 연속성(Continuity)을 유지 및 운영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헌츠만의 사례를 통해 연구소의 디지털 혁신은 간단한 일이 아니며, 단기간에 몇 몇 사람의 의견으로 실행될 수 있는 일도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례를 통해 전달된 것처럼, 성공적인 업무 혁신 및 시스템 구현을 위해서는 “강력한 프로젝트 관리와 의사소통” 체계를 운영하고, 혁신을 위한 필요 기간과 투자비를 과소 평가하지 말고,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키고, 불확식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Agile 구현 방식을 사용하고 사용하기 쉽고 명확한 시스템을 위한 표준화 노력도 같이 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맺음말
이상과 같이, 기업의 각 부문은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구 부문은 상대적으로 타 부문에 비해 늦은 상태이다. 대다수의 연구소가 데이터 Silo화, Dark data, 비효율적 협업 수단, 단절된 IT 시스템과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변화가 시급하다.
본 기고에서는 일반적인 연구소의 어려움, 최신 IT 기술 그리고 최근의 연구소 혁신 사례들에 준하여 “디지털화 및 데이터 기반 연구 강화”, “실험과 시뮬레이션의 융합”, “기술연구, 제품개발, 제조 간 연계”의 세 가지 혁신 방향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연구소의 특정 팀 단위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우며, 연구소 전체 단위 또는 전사 단위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수행하여야 만 하며, 추진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세계적 화학 기업인 독일의 헌츠만 사례를 통해 연구소의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 무엇을 주요하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2편 – 헌츠만 사례로 본 ELN 추진의 주요사항
헌츠만 회사 개요
헌츠만(Huntsman corporation)은 폴리우레탄, 첨단 소재(레진, 코팅), 합성수지 등을 생산하는 독일에 본사를 둔 화학 회사로 750여명의 연구원이 더 나은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합성, 배합 등의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회사 규모는 매출 7.8조원, 임직원 수 9,000여명이다.
전자연구노트 도입의 긴 여정
헌츠만은 2016년 ELN에 대한 아이디어 발의부터 솔루션 선정 및 시스템 구현까지 단계별로 많은 논의와 검토 과정을 지나 왔으며, 2021년 Wave 1 완료 후, 현재 시스템 모듈 및 기능을 계속 확장하는 Wave 2, 3을 진행 중이다. 헌츠만의 자사 연구소를 대상으로 하는 전자연구노트 도입의 각 단계는 다음과 같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헌츠만은 연구소의 대표적인 디지털 혁신인 전자연구노트 도입에서 많은 Lesson learned를 얻었으며 그 중 주요한 사항에 대해 ELN을 도입하려고 하는 다른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핵심 조언을 하였으며 본 기고에서는 헌츠만 실무 책임자의 조언을 가감없이 그대로 옮기고자 한다
2016 – 연구소 특정 TF에서 ELN 분야 Study 시작 (현업의 요구사항 파악 포함)
2017 – ELN 분야의 상용 솔루션 조사
2018 – ELN Study 및 검토를 全 연구 부문의 참여로 확대
2019 – 솔루션 벤더 선정 및 PoC(Proof Of Concept) 수행
2020 – 솔루션 벤더 및 제품으로 다쏘시스템의 BIOVIA 선정
2021 – Wave 1 시스템 구현 완료
2022 – Wave 2, 3 시스템 구현 진행 중
주요 고려사항 1. 강력한 프로젝트 관리와 의사소통
먼저 첫번째 주요한 고려사항은 연구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인 ELN 성공을 위해서는 강력한 프로젝트 관리와 모든 레벨의 임직원이 참여하는 효과적 의사소통 체계 운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ELN이 단순한 연구노트의 디지털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모든 사람을 연결하는 연구소의 디지털 혁신으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Steering committee, Core Team, Champions, Users 모두에 대한 전방위적인 의사소통 체계가 필요하며, 헌츠만에서는 모든 레벨의 그룹에 걸쳐 통일된 메시지를 만들어 이를 전 그룹에 전파하고 그 메시지의 영향을 평가하고 의사소통의 내용과 방식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의 최종 성공 여부는 최종 사용자인 Users 그룹이므로 해당 그룹을 고객으로 바라보고 하는 변화관리와 의사소통에 중점을 두었다
주요 고려사항 2. 투자 과소 편성 주의와 ELN 전문가 활용
연구소의 디지털 혁신은 그리고, 그 한 부분인 ELN 조차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므로 충분한 기간과 인력 투입이 필요하며, 조직원의 다양한 의견과 복잡한 일들 속에서 적절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반복적인 조정을 하면서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여 진행 중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해 볼 점은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는 ELN 전문가의 활용이 매우 도움이 된다. 프로젝트 팀 및 연구소 내의 멤버들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ELN을 구축하는 일은 기술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복잡한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ELN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 참여를 통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염두에 두고 현 단계의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어 최종적인 시스템의 목표와 모습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주요 고려사항 3. Agile 방식과 표준화 노력
비록 전문가를 참여 시킨다 해도 연구소 멤버들의 ELN에 대한 경험과 이해 부족은 불확실성을 높이게 되며 이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Agile한 구현 방식을 사용하였다. 특히, 상용 솔루션을 사용하는 경우 대부분의 기본 기능이 이미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 운영이 용이하였다. 하지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사용자의 요구와 경우의 수를 모두 시스템화 하는 것은 사용하기 어렵고 복잡한 시스템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 부서와 팀 마다 그리고 연구 성격마다 연구 절차와 연구 노트 작성 방식이 달라 보이지만 그 속에서 공통점을 참고 이를 기준으로 시스템화를 하는 것이 IT 측면에서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맺음말
헌츠만의 사례를 통해 연구소의 디지털 혁신은 간단한 일이 아니며, 단기간에 몇 몇 사람의 의견으로 실행될 수 있는 일도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례를 통해 전달된 것처럼, 성공적인 업무 혁신 및 시스템 구현을 위해서는 “강력한 프로젝트 관리와 의사소통” 체계를 운영하고, 혁신을 위한 필요 기간과 투자비를 과소 평가하지 말고,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키고, 불확식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Agile 구현 방식을 사용하고 사용하기 쉽고 명확한 시스템을 위한 표준화 노력도 같이 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